-
집에 나타난 바퀴벌레내이야기 2021. 9. 14. 20:59
퇴근하고 현관문을 여니...
바닥에 무언가 기어가는게 보였다.
엄지 손톱만한 그것은
바로 바퀴버레였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바퀴벌레를 보고
나는 바로 소리를 지를 수 밖에 없었다.
분명, 몇 분전만 해도 퇴근하고 저녁을 무얼먹을까
신나는 고민을 하며 집에 왔는데,
벌레를 보니 입맛도 뚝 떨어졌다.
사실 바퀴벌레가 나온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전에 두번 나온적있었다.
그때는 전날에 매우 많은 비가 내렸기에
잠시 비를 피해서 우리집에 온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벌레를 잡아줄 남자친구가 있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전날에는 비가 오지도 않았고
집에는 나 혼자 있었다.
이 벌레에게 눈을 뗸 순간,
내가 알지 못하는 공간으로 도망가버릴까봐
징그러운 벌레를 살펴보며,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 받는다.
심장이 쿵쾅쿵쾅 거리고
무서웠다.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야만 했다.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전화를 받았고,
두꺼운 책으로 때려잡으라고 하셨다.
그럼, 시체는 누가 치우냐고 묻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우리집으로 와주신다고 하셨다.
뭉클했다.
하지만 거절했다.
바퀴벌레를 잡는 것보다
더러운 우리집을 보여주기 싫었기 때문이다.
전하를 끊고 계속 벌레를 쳐다봤다.
벌레가 나오는 집에 살고 있는게 싫어졌다.
이사오면서 버린 침대가 그리워졌다.
여러가지 생각이 들다가
진짜 바퀴벌레가 맞는지 사진을 찍어봤다.
사진 주변에 머리카락이 보이는게,
바퀴벌레가 나올만하다고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정말 통통했다.
장구벌레 같은게 아닐까 싶었지만
색깔이나, 더듬이나 여러모로 보았을 때
분명 바퀴벌레가 맞았다.
바퀴벌레는 내가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 틈을 이용하여 빠르게 쓰레기통 주변으로 움직였다.
다행히 그곳엔 재활용을 위해 올려둔
박스가 있었는데 바퀴벌레는 그 박스에 붙어있었다.
기회다.
전기모기채로 지져버리지 않아도 되고,
청소기로 빨아들이지 않아도 되고,
두꺼운 책을 바퀴떄문에 버리지 않아도 된다.
얼른 상자를 집어 현관문 밖에 내려놓았다.
바퀴벌레는 내려놓자마자, 빠르게 사사샥 하고
사라졌다.
우리집 현관문으로 사라졌기 때문에
다시 들어온게 아닐까 싶었지만,
그 생각은 너무 끔찍하니 접어두기로 했다.
바퀴벌레가 다시는 내 집에 나타나지 않았으면 한다. 내가 온전히 쉴 수 있는 나만의 공간에, 뭔가로 인해 소스라치게 놀라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내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Deluxe M618_버티컬 마우스 (0) 2017.08.12 스마트폰 물에 빠졌을 때 (0) 2015.06.18 cgv 미소지기에 대한 모든것~혜택과 근무파트 (0) 2015.06.17 cgv 미소지기에 대한 모든 것~지원서부터 면접까지 (0) 2015.06.16 살구씨 오일 만들기 (0) 2015.06.13